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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About
본 작품은 관세음보살의 천수천안(千手千眼) 개념을 현대 기술 문명 속에서 재해석하고, 오늘날의 세계가 필요로 하는 자비의 새로운 형상을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통적으로 천 개의 팔과 눈은 무수한 중생을 동시에 돕기 위한 자비의 구현이자, 보살이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화현해 온 존재 방식이었다. 나는 이 오래된 신화를 오늘날의 조건으로 확장하여, 데이터·센서·기계·인공지능으로 구성된 ‘1001번째 팔’과 ‘1001번째 눈’이라는 동시대적 화신을 상정한다. 이 팔은 인간의 신체를 넘어선 감각 기관으로서, 인간의 눈과 귀가 닿지 못하는 자연의 흐름, 개인의 목소리, 그리고 집단의 흔적을 감지하고 반응한다. 로봇팔이 수행하는 ‘그림’이라는 행위는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한 기능이 아니라, 잡히지 않는 법음과 중생, 그리고 연기의 목소리를 붙잡기 위한 현대적 기도이자 수행의 형태이다. 이는 기술이 효율과 생산성의 도구로만 작동하는 시대 속에서, 기술이 자비를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질문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더 이상 외부의 감상자가 아니라, 보살의 팔을 움직이게 하는 존재로서 작품에 개입한다. 관객이 남긴 소리와 데이터는 작품의 일부가 되어 새로운 형태의 자비로 환생하며,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존재가 세계의 흐름에 얽혀 감지되고 응답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본 작품은 기계와 데이터로 이루어진 세계 속에서도 보살행은 여전히 이어질 수 있으며, 우리는 이 시대에도 자비를 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하나의 장치로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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